영화 리뷰 쓰기 - 영화 블로깅의 101

이 책의 저자인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의 정의에 따르면, 리뷰는 글을 통해 저자와 독자가 함께 영화를 다시(re) 보는(view) 경험이며, 감상문과 평론 중간 수준의 짧은 비평이자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 판단을 하려 할 때 쓰는 글”이다. 평론처럼 전문적일 필요는 없기에, 누가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 ‘어떻게’가 바로 이 책의 주제다.

149쪽에 불과한 적은 분량이고 활자도 크기 때문에, 1~2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짧고 실용적인 내용인지라 덧붙일 말이 많진 않은데, 영화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 소갯글을 남긴다.

체계적 이론이나 대단한 비결이 담긴 건 아니지만, 친절하고 무척 실용적인 책이다. (나를 비롯해) 읽을 만한 영화평을 쓰고자 하는 분들에겐 꽤 좋은 지침서가 될 만하다. 더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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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 있는 풍경 - 청춘과 혁명의 잔해를 찾아서

레닌 동상이 인상적인 표지에 반해서 읽었다. 80년대를 反독재투쟁으로 보낸 세대가 현실 사회주의의 잔해인 지금의 러시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는 멋진 사진집/여행기다. 사진가이자 르포작가인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938킬로미터를 달리며, 담담한 시선으로 지금의 러시아를 사진과 글에 담았다. 더는 없는 소비에트 연방과 젊은 꿈 속의 혁명을 추억하며.

외부세계와 단절된 80년대의 대학생들이 소련 사회를 어떻게 상상했는지는 대충 들어 알고 있다. 소련의 몰락을 알고 그들의 꿈이 어떻게 시들어 버렸는지, 환멸의 고통을 겪으며 그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또는 어떻게 변하지 않았는지도 조금은 안다.

나 역시 직접 확인하고 싶었으리라. 역사의 진보와 이상의 실현을 믿던 그 시절 그 청춘의 한 조각이 어떤 잔해를 남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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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의 숏컷 - 영화광/영화감독의 일기

<감독, 열정을 말하다>를 읽고, 김지운 감독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의 글과 인터뷰를 읽다보면 호감을 넘어 묘한 동질감까지 느낀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니, 늘 신뢰할 만한 영화감독이며 좋은 예술가인데, 한편으론 어딘지 소심하고 약간 찌질한 분위기가 풍기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미가 있다고 할까. 실제 사람됨이야 알 수 없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귀엽게 엉뚱한 천재? ;-)

작품마다 신선한 예술가적 감각이 돋보이지만, 때론 거리낌 없이 통속적인 점이 좋다. 딱히 정해진 스타일이 있다기보단 두루두루 능한 점도 독특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장르를 빌려오지만, 결과물은 늘 한국영화의 질을 한 단계 올려놓는 훌륭한 작품이다. 제도화된 영화수업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장인과 같은 능숙함을 자랑하고, 폭넓은 관객과 소통하면서도 적지 않은 마니아를 거느린 이상한 감독이다. 이런 감독의 작품을 자막 없이 볼 수 있단 건 분명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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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열정을 말하다 - 예술가는 입으로 말한다

인터뷰 기사를 참 좋아하는데, 당분간은 안 읽어도 되겠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씨의 역작 <감독, 열정을 말하다> 때문이다. 자그마치 440쪽 분량의 ‘마라톤 인터뷰집’을 사나흘 계속 읽다 보니, 내가 인터뷰한 것도 아닌데, ‘인터뷰 피로 증상’이 온다. 아, 완전 수다쟁이들. 봉준호 감독 편은 100쪽이 넘는데, 아아, 누가 말했던가, 예술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그거 다 뻥이다.

2006년 나온 책이니까, 조금 옛날이야기이긴 한데, 한국영화팬이라면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동료 감독들과 얽히고 설키는 영화판 뒷이야기와 영화 제작 과정, 감독이 본 배우, 영화평에 대한 평 등은 몇 번을 읽어도 재미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한미 FTA와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주관심사인데, 영화인들이 노무현 대통령에서 품었던 기대와 실망, 배신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이 흥미롭다. 더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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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촌평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켄 로치 감독에 대한 호감 분포는 이상하리만큼 광범위한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내로라하는 평론가와 감독들이 하나같이 ‘엄지 업!’을 하는 걸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을 본 까닭은 그렇다.

스포일러 없는 짧은 감상을 남겨본다.

재밌게 보긴 봤는데, 솔직히 영화적으로 -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 대단해 보이진 않는다. 툭툭 던지는 듯한 이야기 흐름과 낮고 정직한 시선이 좋긴 한데, 별 5개는 과한 평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클리셰에서 자유로운 점은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별 3개 반 이상을 주긴 힘들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류의 영화는 아니니까. 요즘 들어 적당히 기교를 부리는 영화가 좋더라.)

영화관에서 보면, 감상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황량한 아일랜드의 언덕을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장면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하다. 큰 화면에, 소리 좋은 영화관에서 제대로 봤다면, 확실히 전체적인 인상이 크게 달랐을 거 같다. 예를 들어, 데미안이 ‘배신자’들을 처형하는 장면은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는데,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와 거친 숨소리, 넓게 펼쳐진 스산한 황무지 언덕을 제대로 느꼈더라면 그 울림이 30배는 더 크지 않았을까. 더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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