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옮긴이의 말'을 끝으로 첫 번역서 작업을 끝냈다.
이래저래 6주 이상 걸린 일인데, 기분이 홀가분하다기보다는 두렵기만 하다.
지금껏 나는 얼마나 많이 타인의 번역을 흠잡고 비웃었던가. 이제 내가 당할 차례다.
나름대로는 읽을 만한 번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구석이 없다면 거짓말. 시간이 더 있었다면, 그만큼 더 읽기 좋은 책이 됐을 거다. 그렇지만 전업 번역가라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원고지 당 원고료를 생각하면 만족할 때까지 붙들고 있을 여유가 없다. 먹고 살아야하니까.
그리고 책 한 권을 번역하면서, 문장의 질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처음 깨달았다. 어느 순간 내 문장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쳐다봐도 이게 좋은 문장인지 터무니없는 비문인지 구분이 안 되는 순간이 있다. 그걸 극복하려면, 평소 문장이 좋다고 생각했던 다른 책을 읽으면서 번역을 하면 조금 도움이 되더라. 그래도 마지막 역자 교정을 볼 때까지도 멍했다. 수면부족이었던 탓도 있지만.
또 한 가지 새로 안 건, 결국 번역서의 질은 번역가가 책임져야한다는 사실이다. (적어놓고 보니, 지극히 당연한 말씀.) 편집자는 마술사가 아니다. 아무리 교정 과정을 거쳐도, 내가 넘긴 원고 이상의 수준은 나오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역자 교정을 하는 동안, 내가 싸질러놓은 거지같은 문장들을 고치며, 담당 편집자 분에게 부끄럽고 미안해서 혼났다. 앞으로는 어느 정도까지 다듬은 원고가 아니면 절대로 남에게 내보이지 않으리! (핑계를 대자면, “급한 책이니 주고 받으면서 다듬자.”라는 기획자 분의 말씀을 철석같이 믿은 탓이다.)
9월 초 출간 예정으로, 최종 교정과 표지 작업 중인데, 만화가 이우일 씨가 표지를 그리셨다. 열성팬까지는 아니지만, 꽤 좋아하는 만화가인데, 영광이다. 집에 있는 이우일 씨 책을 보며, 흐흐, 내 책도 이만큼 예쁘게 나올 거라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흐흐.



